호주에서 맞는 설 연휴. 취재하다 그냥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 사람들을 만나지를 못하다 보니, 그런 기분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설 연휴를 잘 보내라는 문자가 계속 오긴 하지만, 실감이 안 났거든요.
 

그런데 호주오픈 본선이 시작한지 7일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

오늘부터 호주오픈 주니어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이 됐는데요. 한국 테니스의 희망 김재환, 장수정, 이소라 선수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한국 남자 주니어 선수는 김재환 선수가 어머니와, 강구건 선수는 김혜정 코치와 함께, 여자 주니어 선수 이소라, 장수정 선수는 김일순 감독과 멜버른에 도착했습니다.

호주에 온 이래로 한국말을 쓸 기회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모든 것이 영어로 이루어 지다 보니, 한국 사람을 만나 한국말을 하는 것이 참 반갑던걸요?

 

오늘 아침 첫 경기를 치른 김재환 선수(사진 위). 아쉽게 지긴 했지만, 계속되는 끊임없는 도전이 참 멋집니다. 김재환 선수는 작년부터 계속해서 해외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지라도 꾸준히 경험을 쌓다 보면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김, 재, 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인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는데요.

‘NO pain, no gain’ 바로 주니어 선수들의 도전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호주오픈을 취재하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이 미디어 워크룸에 있는 다른 기자들이 자국 선수들의 기사를 쓰는 모습이었어요. 제 옆에는 다양한 국적의 기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기자들이 호주, 프랑스, 스페인, 중국과 일본 기자들인데요. 최근 호주오픈에서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이 커지면서 다른 기자들은 초반보다 훨씬 더 많은 기사를 쓰면서 바빠졌어요.

그런데 이제 저도 우리 테니스의 희망인 한국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기사를 다룰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장수정 선수는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열심히 잘 뛰었습니다. 물론 6-2 6-7(4) 3-6으로 경기는 졌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며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죠.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한국 유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는데요. 멀리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중국의 한 신문 기자도 우리나라 여자 주니어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저와 함께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주니어 선수 마지막 주자는 바로 이소라 선수였습니다. 작년 이덕희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야무진 이소라 선수. 6-3 6-2로 1시간 4분만에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우리에게 첫 번째 승리 소식을 전해주었는데요.

상대 선수가 급하게 경기를 끌어나가는 틈을 타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관중석에 강구건 선수의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나라 주니어 테니스의 루키라고 할 수 있는 강구건 선수는 비록 예선에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죠? 형, 누나들의 경기를 진지하게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기를 보고 느끼면서 더욱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되더군요.

 

호주오픈의 코트에서 이렇게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이 모두 모이니 마음이 든든해 졌습니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김재환, 강구건, 장수정, 이소라 선수와 김일순 감독, 김혜정 코치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음력 설이더군요. 호주에서 맞는 음력 설, 그래도 우리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따뜻하고 뿌듯했습니다.

내일은 김재환 선수 그리고 장수정, 이소라 선수가 복식에 출전합니다.
내일도 승리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호주 통신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테니스와 함께 행복한 일 가득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윤채우리였습니다. 

다같이 외치면서 인사 드릴게요. ‘Ready?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