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호주오픈 디펜딩 챔피언, 41개의 단식우승 타이틀, 수퍼맘, 바로 오늘 호주오픈 본선 3라운드 경기를 하는 벨기에의 킴 클리스터스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미녀 테니스 선수의 대표주자, 네 번의 단식 타이틀을 갖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한투코바, 오늘 4회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클리스터스와 한투코바가 만났습니다.

동갑내기 좋은 친구인 두 사람. 오늘 11번째 맞붙게 되었는데요. 상대전적은 9승 1패로 킴 클리스터스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이 두 사람은 2012년 호주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대회 준결승에서 경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 때에는 상대전적 9승으로 앞서가던 클리스터스가 왼쪽 엉덩이 부상을 호소하며 결국 기권을 했고, 결국 결승에 진출한 한투코바가 준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저녁 7시부터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시작된 오늘 경기는 두 사람의 인기를 보여주듯, 경기 전부터 빈자리 없이 관중들이 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2011년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클리스터스가 부상에서 벗어나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2012년 클리스터스를 상대로 기권 승을 얻어냈던 한투코바가 그 상승세를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

 

1세트, 클리스터스의 서비스 게임으로 경기는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첫 서비스 게임은 강한 포핸드 크로스로 잘 지켜냈고, 탄탄한 리턴으로 한투코바(사진 위)를 흔들어놨는데요. 현지 중계방송에서도 ‘beautiful return’을 외쳤고, 한투코바는 15-30 상황에서 더블폴트를 범하며 잠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이 내 환상적인 백핸드다운 더 라인으로 만회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1세트의 균형은 6번째 게임에서 깨졌습니다. 한투코바의 서비스 게임을 클리스터스가 브레이크 하면서 게임스코어 4-2로 앞서나간 것이죠.

하지만 한투코바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시 클리스터스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4-3으로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이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난 후 한투코바는 왼쪽 발목의 통증을 호소하며 트레이너를 불렀는데요. 높은 지점에서 떨어지면서 왼쪽 발목에 무리가 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왼쪽 발목 전체를 생각보다 매우 두껍게 테이핑 한 후에야 다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메디컬 타임 동안 클리스터스는 쉬지 않고 스트로크을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을 부른 한투코바

하지만 클리스터스가 한투코바의 빈 공간을 정확하게 노리면서 게임을 다시 브레이크했고, 5-3으로 점수를 벌렸는데요. 결국 43분만에 6-3으로 1세트를 마쳤습니다.

2세트는 한투코바의 서비스 게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클리스터스는 거의 날아다니는 듯한 가벼운 몸놀림으로 안정적인 리턴을 선보였는데요. 결국 2세트 첫 번째 한투코바의 서비스 게임도 가볍게 브레이크하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클리스터스.

그러나 한투코바도 포핸드와 백핸드를 효율적으로 구사하면서 2-1을 만들었습니다. 발목을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그래도 공을 끝까지 따라가는 모습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랠리 끝에는 클리스터스가 결국 포인트를 가져가면서 다시 한번 한투코바의 게임을 브레이크 했고, 4-1로 멀찌감치 달아났는데요.

클리스터스는 시종일관 마치 코트의 빈 공간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것처럼 코트의 곳곳을 잘 활용했습니다. 백스핀, 톱스핀, 그리고 경기 페이스까지 완벽하게 조절해나갔고 특히 중요한 순간 그녀의 정확한 드롭샷은 결정적이었습니다. 경기는 결국 6-3 6-2로 1시간 15분만에 클리스터스의 압도적인 승리!

오늘 경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두 선수 모두 경기 초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팽팽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이끌었지만, 1세트 클리스터스가 한투코바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한투코바가 왼쪽 발목에 부상을 당해 경기 흐름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오면서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양상이었습니다.

 

승리 후 관중에게 화답하는 클리스터스

경기가 끝난 후, 킴 클리스터스는 한투코바의 부상을 걱정하면서, 자신도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는데요. 킴 클리스터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참 따뜻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또 비록 패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한투코바를 참 많은 관중들이 격려했습니다. 선수 스스로는 물론 많이 아쉽겠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웃으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호주오픈이 ‘결과만을 중요시 생각하는 냉정한 대회’가 아닌 ‘함께 즐기면서 추억을 만드는 하나의 축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호주오픈도 본선 5일째를 맞으면서 본선 4라운드에 진출하게 될 선수들이 하나 둘씩 정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매 경기를 볼 때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기고 있는데요. 현장의 그 생생함을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릴게요. 그럼 저는 다음에 더 다이나믹한 경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윤채우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