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의 문제에 관해 거론을 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도 끝도 없이 지나가는 세월만을 기다리기에는 이제는 분명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2012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국테니스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굵직한 투어대회를 시작으로 호주오픈이라는 명실상부 최고의 그랜드슬램 대회가 열렸으나 한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회로 막을 내렸다.

늘 있어 왔던 일이라 아무도 이런 대회와 한국을 비교하거나 한국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럼 언제까지 우리는 ‘유망주’ 소리만을 할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라는 막연하고도 하염없는 탄식어만을 내뱉으며 테니스의 변방 끝에 머물러 지낼 것인가?

이번 호주오픈이 시작될 때 한국선수는 남녀 256명의 선수 안에 단 한 명의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물론 복식과 혼합복식에도 없다.

그렇다면 이 300명 이상 되는 명단에 왜 한국선수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한국과 항상 비견이 되는 일본이나 중국은 나름 아시아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리나와 함께 중국을 이끄는 정지에

중국은 펭슈아이, 장슈아이, 정지에, 리나 등 걸출한 여자 톱플레이어를 대거 내세워 호주오픈을 호령했다.

일본은 여자에 기미코 다테 크롬과 모리타 아유미 등이 출격을 했고, 남자는 아시아 남자테니스의 간판으로 우뚝 선 니시코리 케이가 24번 시드로 당당히 나가서 8강이라는 대업을 세우면 아시아 테니스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랜드슬램 8강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한국입장에서 부러우면서도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8강으로 니시코리는 세계랭킹 20위에 이름을 올렸고, 10위대 진입을 노리며 톱10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은 상당히 많은 남녀 선수를 호주오픈에 출전시키며 분전을 했고, 대만이나 인도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도 선전을 펼쳐 보였다.

 

호주오픈에서 그랜드슬램 개인 최고성적인 8강에 오른 일본의 니시코리

매번 한국은 일본과의 비교에서 지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이지만 테니스에서만큼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형국이다.

대체 무엇이 한국테니스를 이렇게 참담한 상황까지 만들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테니스는 랭킹 싸움이다. 랭킹이 떨어진 한국선수들이 랭킹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국내에 몇 안 되는 국제대회 외에 스스로가 전세계를 돌며 자비로 랭킹포인트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을 돌아다니는 것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선수들을 배려한 국내 국제 대회에서 랭킹을 많이 따는가? 이 또한 답은 ‘아니다’ 이다.

이유는 실력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밀어주기 위해 와일드 카드도 내주지만 수년째 계속 되는 한솔코리아오픈에서 한국선수가 본선 단 한 경기를 이긴 선수가 없다는 것은 우연으로 만들라고 해도 힘든 일일 것이다.

안방에 자리를 내주어도 못 이루는 것을 해외로 돈다고 달라질 것 도 아니다. 결국 국내에서 계속 머물다 사라진다

 

앞선 기사에서 말했지만 테니스의 수명은 여타 스포츠와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낮다. 그만큼 개인전이고 체력전이기 때문이다. 또 테니스는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가기 때문이다.

여자는 이미 10대 중 후반부터 두각을 들어내며 치고 나가야 하고, 남자도 최소 20대 전후로 두각이 나타나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대다수의 테니스 선수가 이 패턴에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테니스로 성공을 하기란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다. 과거 성공한 선수가 드물어 테니스를 가르치는 부모들의 수도 현격하게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 테니스 선수라는 단어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또한 해결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을 지금 다 거론하고 또 이야기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시스템적으로 바뀌지 않은 한 해결되기란 어렵다.

80년대 90년대만 해도 한국사람은 키도 작고 왜소해서 유럽선수들을 이길 수 없다는 말로 위안을 받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런 말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또 다른 핑계거리가 등장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제는 테니스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어떤 과정의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테니스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뭉쳐 이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현실에서 페더러가 나오겠는가? 이건 전혀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언젠가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무언가 하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 테니스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결국 언젠가는 없는 것이다. 현재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제는 테니스 관계자 선수 팬들 그리고 국가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이렇게 방치되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