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테니스의 '여제' 에스더 베르기어(네덜란드, 1위)가 호주오픈 휠체어테니스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444연승을 기록했다.

 

베르기어는 1월 28일 열린 결승전에서 같은 나라의 아니에크 반 쿠트(2위)를 6-0 6-0으로 완파하고 대기록을 이어 나갔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르기어의 444연승은 1980년대 스쿼시 선수인 자한기르 칸(파키스탄)의 555연승에 이은 세계 스포츠계 최다연승 2위 기록이다.

 

그랜드슬램에서 20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간 베르기어는 "올해 런던 패럴림픽 우승이 목표이며 당분간 은퇴 계획은 없다"며 "나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연승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르기어는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서 단·복식을 모두 석권했고 2008년 베이징에서는 단식 금메달, 복식 은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휠체어 스포츠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런던에서 패럴림픽 4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베르기어가 가장 최근 패한 것은 2003년 1월 호주 시드니인터내셔널 대회로 당시 베르기어는 다니엘라 디 토로(호주, 5위)에게 1-6 4-6으로 패했다.
 

6살까지 건강을 유지했던 베르기어는 7살 때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이후 척추 주위의 혈관이 약해 뇌까지 이르는 혈액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베르기어는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지만 9살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1997년 유럽 선수권 우승을 이끌기도 한 베르기어는 1998년 단체 운동보다는 개인 종목에서 승부를 걸겠다며 테니스에 올인했고 타고난 운동신경과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집념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베르기어는 "장애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베르기어가 오는 5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2012 월드팀컵 세계휠체어테니스선수권대회에 참가해 국내 테니스팬들과 장애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