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년만에 처음으로 월드그룹 1회전에 나선 로저 페더러(3위)가 분전한 스위스를 완파하고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2회전에 올랐다.

 

짐 쿠리어 감독이 이끄는 미국은 2월 9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 스위스 프라이부르크에서 열린 2012년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회전에서 스위스에 종합전적 5-0 완승을 거뒀다.

 

미국은 첫날 단식에서 마디 피시(8위)가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28위)에게 4시간 26분의 혈투 끝에 6-2 4-6 4-6 6-1 9-7의 대역전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 후 피시는 "매우 힘들지만 오늘 승리로 작년 스페인과의 데이비스컵 8강에서의 부진을 씻게 되어 기쁘다"며 "수준 높고 편파적이지 않았던 관중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팀의 주인공은 단연 존 이스너(17위)였다. 2단식에 나선 이스너는 데이비스컵 단식에서 15연승을 달리고 있던 페더러를 맞아 2시간 39분 만에 4-6 6-3 7-6(4) 6-2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스너는 "쿠리어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감독님은 대회 준비기간 내내 나를 직접 지도해주셨다. 경기에서 실수 할 수는 있지만 내 스타일대로 경기를 하라고 주문하셨고 난 단지 그렇게 했을 뿐이다"라고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이스너는 페더러에게 첫 세트를 빼앗기고도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게 않았고 결국 승리를 차지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세트 타이브레이크와 4세트 5번째 게임에서 이스너의 강력한 서브는 빛을 발했다. 

 

2일째 복식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배수진을 치고 나선 나선 스위스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듀오인 페더러와 바브린카에 비해 급조된 복식조인 피시와 마이크 브라이언은 누가 봐도 승산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첫날 이변에 가까웠던 2-0의 리드는 미국팀에게는 자신감을 스위스팀에게는 불안감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페더러와 바브린카는 첫 세트를 6-4로 선취하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6-4 3-6 3-6 3-6으로 패해 뒤집기의 발판을 만드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페더러는 "경기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양팀 모두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 주었다. 우리도 기회가 있었지만 상대가 더 잘했고 그것이 그대로 스코어에 반영됐다. 몇 게임에서 너무 흔들렸던 경향이 있다. 미국팀이 이번 주에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라고 패배를 시인했다.

 

페더러는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참가여부에 대해 "다음 라운드는 9월에 열리게 된다"며 "원칙적으로는 참가해야 하지만 그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승부가 결정된 뒤 열린 마지막날 단식에서는 데이비스컵 데뷔전을 치른 미국의 유망주 라이언 해리슨(95위)이 미카엘 람머(251위)를 7-6(0) 7-6(4)로 물리치고 첫 승을 수확했고 이스너 역시 마르코 츄디넬리(190위)를 6-3 6-4로 제압하며 미국의 스윕을 자축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대결에 참가한 미국팀이 클레이에서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하드코트의 강자 피시와 이스너는 최근 클레이코트에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냈고 브라이언 형제가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대회가 프랑스오픈이었으며 감독 쿠리어는 미국 선수 중 유일하게 프랑스오픈에서 2번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하드코트에 강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클레이코트를 준비하고 페더러의 출전을 강행시켰던 스위스로서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더욱이 패배 후 페더러가 "바브린카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한 것이 공개되며 설상가상 팀 분위기 마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미국은 캐나다를 4-1로 물리친 프랑스와 4강 진출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