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월 16일 부터 18일 까지 취재한 김해국제여자챌린저에 대해 몇자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 대회가 '테니스코리아' 마감일과 겹치는 바람에 필자는 부족한 원고를 안면몰수하고 편집장님, 과장님, 입사동기에게 맡긴 채 급히 구포역행에 몸을 실었다.
2시간 30여분이 지났을까? 방송에서 구포에 도착했음을 알리자 필자는 의외로 빨리 도착했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챙기고 서둘러 내렸다.
대회가 열리는 장유에 가는 동안 대회 진행을 맡고 있는 JSM 아카데미 김노준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숙소를 부탁했다.
김노준 팀장님은 항상 취재갈 때마다 바쁘신 와중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시는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특히, 이번에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숙소를 잡아주셔서 기사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이번 대회를 어떻게 취재 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며 마감에 정신이 없을 '테니스코리아' 가족들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다음날 아침(16일), 숙소 앞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낯 익은 레프리님들과 선수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경기장에 도착한 후 대회 관계자들께 인사드린 후 나름대로 사진 구도를 잡기 위해 코트장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드디어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최연소 챌린저대회 8강에 진출한 이소라(원주여고)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소라의 상대는 프랑스의 파블로비치(294위). 체격 면에서 큰차이가 나며 힘든 경기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결국, 이소라는 0-6 1-6으로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이소라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다음을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 경기는 국내 랭킹 4위의 김나리(경동도시가스)가 출전하는 8강전이 열렸다. 상대는 이번 대회 1번시드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며 투어 전문 선수인 찬융잔(대만,92위).
체격면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찬융잔의 허벅지가 왜 이리 두꺼운지....아무튼 충분히 해 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김나리 역시 2-6 3-6으로 패하며 4강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단식에서 한국 선수가 모두 탈락하며 아쉬움이 남았지만 복식에서 한국실업의 최강 이진아(양천구청)와 노련미가 돋보이는 장경미(인천시청)의 경기가 남았다.
복식 결승이 열리기 전 마지막 8강전 경기가 열렸다. 출전 선수는 필자가 나름 귀엽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후다 료코(202위)와 우크라이나의 테야나(281위) 경기였다.
속으로 후다 료코를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결국, 후다 료코가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드디어 이진아-장경미 조와 대만의 슈 웬신- 황 이슈안 조의 복식 준결승 경기가 열렸다. 우리나라 선수 경기여서 그런지 관중석에는 많은 관중들이 모여들며 지켜봤다.
관중들은 우리나라 선수가 실수를 하면 탄식을 자아내며 아쉬워 했고 멋있는 플레이를 하면 탄성을 지르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결국, 이진아-장경미 조가 관중들의 응원에 힘 입어 6-4 7-5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필자는 이진아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 해줬고 내일 꼭 우승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날 모든 경기가 끝난 후 필자는 여지없이 숙소에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고 사진 정리를 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17일), 이날에는 찬융잔-나미기타, 파플로비치-후다 료코의 단식 준결승전과 우리나라의 이진아-장경미 조와 일본의 도이 미사키-나미가타 준리 조의 복식 결승이 열렸다.
찬융잔은 무리 없이 결승에 진출했고, 내심 응원했던 후다 료코는 3시간여의 혈투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필자는 후다 료코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복식 결승 경기가 열린다는 안내 방송이 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관중석에 몰려 들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 되자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특히, 이날의 결승전 경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명승부 중의 명승부 였다.
경기내내 이진아-장경미 조는 도이 미사키-나미가타 준리 조에게 끌려 다니며 우승의 전망을 어둡게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필자의 마음을 알아 챘는지 이들은 도이 미사키-나미가타 준리 조를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추격을 하였다.
결국, 장경미 선수가 마지막 포핸드 다운드라인이 상대방의 코트에 작렬시키자 코트장은 환호의 도가니 였다.
그야말로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는 각본 없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시상식 후 필자는 기사 작성 때문에 서둘러 숙소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필자 그리고 복식 준우승을 차지한 도이 미사키와 나미가타 준리 이렇게 3명이 탔다.
이들은 아쉬움의 표정 없이 밝은 표정으로 일본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 중 이었다. 통화가 끝난 후 필자는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들과 동행하는 코치나 부모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코치 또는 부모와 테니스 투어를 다니는데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비용 때문에 같이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 혼자 들기도 힘든 큰 여행가방에 테니스 가방까지 들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이 들까하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결국 필자가 이들의 짐을 숙소 앞 까지 옮겨 주고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숙소에 도착한 후 이날 밤 역시 기사 작성과 사진 정리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드디어 취재의 마지막 날(18일)의 동이 텄다. 이날의 경기는 단식 한 경기만 남아 낮 12시부터 시작하였다. 필자도 모처럼 여유있게 모닝 커피 한잔을 즐기며 숙소에 나섰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경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해시 테니스협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필자도 취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 사람은 바로 이번 대회의 중계를 맡던 isports TV의 캐스터 였다. 가까이서 보니 키도 크고 얼굴도 훈남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필자가 고향 선배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언제 한번 술 한잔 하자라는 약속과 함께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 되기 전 센터코트에서는 이번 대회 개최를 기념하여 JSM아카데미(원장 이진수)에서 어린이테니스 체험교실인 'PLAY & STAY'를 진행하고 있었다.
'PLAY & STAY'란 ITF(세계테니스연맹)에서 어린이들이 쉽게 테니스에 접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PLAY & STAY'를 담당하고 있는 정민준 JSM 아카데미 부원장은 "'PLAY & STAY'는 어린이의 연령에 맞게 가벼운 미니라켓, 미니네트, 부드러운 볼이 사용되며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마다 1시간~2시간씩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PLAY & STAY'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어 영어 공부와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김해에서 열리고 있는 본 프로그램은 김해시테니스협회가 후원하고 JSM아카데미가 진행하며 당분간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드디어 결승전 경기가 열린다는 안내 방송이 시작되자 필자는 미리 확보해 놓은 자리에 앉아 취재준비를 마쳤다.
찬융잔의 첫 서브로 시작된 경기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보는 이들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 될 수록 찬융찬의 일방적인 경기가 되었고 파블로비치는 힘 한번 못 쓰고 무너졌다. 결국 1시간여 만에 찬융잔이 우승을 하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파블로비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하는데 힘들었다고 밝혀 무기력한 플레이의 원인이 밝혀졌다.
시상식 후 선수들의 사인회가 있었는데 찬융찬과 파블로비치는 피곤할 법한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일일이 다 사인을 해 주었다.
그리고 경품 추첨 행사가 있었는데 보기 드문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다.
파블로비치가 번호가 적힌 종이 한장을 뽑고 호명을 하였는데 관중석에서 2명의 사람이 나왔다. 알고보니 한 아주머니가 잘못 듣고 나왔던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파블로비치가 들어 가려던 아주머니를 부르더니 시상식에서 받았던 꽃을 주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김해의 마지막날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다만, 선수들이 랠리를 하는 동안 관중들이 움직여 지나가거나 휴대폰을 벨소리로 설정 하고 큰 목소리로 통화하여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행위 그리고 아무곳에서나 흡연을 하는 모습 등이 아쉬웠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가 되자 관중들은 자리에서 떠났고 대회 관계자들도 철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필자도 대회관계자들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기사를 작성한 후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김해시의 테니스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 동안 쌓였던 피로감이 날아가는 듯 했다.
앞으로 이러한 관심과 지원이 계속 이어진다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페더러나 나달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파블로비치 선수가 보여 주었던 감동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흐뭇해 지며 김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조회 : 52,084
